안녕하세요, Benjamin 입니다.

매년 돌아오는 수능이 끝났고, 이번 17학년도 수능을 본 학생수만큼 모두들 다양한 진로를 택했을거라 생각됩니다. 많은 친구들이 대학을 진학하겠지요. 물론 다른 선택도 했을겁니다. 학업만이 유일한 선택은 아니니까요. 재수를 하는 학생도 있을것이고,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도 있을겁니다. 이 다양한 선택들 가운데에 유학을 결심하는 친구들도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독일유학을 검색해보고 독일행을 결심하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독일유학을 결심하고 독일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살고있는 지금, 독일유학에 관해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큰 환상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지했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제 전공이 이공계열이었고, 이공계열중에서도 기계에 관련된 학과였기때문에 단순하게 "기계라 하면 역시 독일산(?)이지" 라는 생각에 정.말. 단순하게 저 생각에 독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저의 거창한 포부나 동기를 기대하고 "왜 독일로 유학을 가셨어요?"라고 물으시면 제 답변이 너무 단순해서 실망하시는 표정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튼, 생각보다 거창한 이유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어요. 저는 그저 어디선가 보았던 어느 분의 인생목표가 "최대한 많은 나라에서 응가해보기"였는데 단순히 그거 멋지겠네! 라는 생각과 저의 전공을 살릴 수 있을만한 곳을 합쳐서 정한 곳이 독일이었습니다.

독일행을 결심하고 나서도 출국전까지 그냥 아무런 동요없이 지냈었습니다. 지낼 곳이 어디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찾아볼 법도 한데, 여행도 아닌데다가 별로 설레는 기분이 아니라서 찾아볼 마음도 들지 않더군요. 그렇게 앞으로 묵을 집과, 어학원만 결정해두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하고 나서는 소위말해 멘붕이더군요. 저는 1월에 베를린에 도착했었는데, 그날의 그 차가운 공기와 어두운 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타향의 겨울밤과 그 휑함에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었습니다. 독일에 연고도 없고, 지인도 없어 참 막막하기 그지없고, 섣부른 결정을 한 것이 아닌지 수천번을 다시 곱씹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존심에 다시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버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어머니가 챙겨주셨던 쌀과 몇가지 반찬들을 꺼내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먹고나니 정말 집이 너무나 고요해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창밖은 어둠과 몇가지의 불빛들 뿐인데 태어나서 그렇게 외로웠던 밤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도 해지를 하고 오는바람에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고. 생각이 짧았던 제 자신을 탓하며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활은 다시 새로운 곳에서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었습니다. 힘들면 돌아오라는 소리를 하시면서. 그런 걱정섞인 말을 들을때마다 그냥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도 사귀고 계절이 바뀌며 처음의 긴장감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자를 받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빠른 시간안에 어학시험을 치고 스튜디엔콜렉에 지원했습니다. 다행히 바로 콜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콜렉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입학까지 무리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이공계열은 학교입학전 실습이력이 필요한데, 운좋게 어느 독일회사에서 일도 해 볼수 있었습니다. 저의 독일유학은 이런저런 스토리가 참 많은 것 같네요. 운이 나쁠때도, 운이 좋을때도 있었지만 운을 기대하기 전에 제 능력안에서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해본뒤 그 뒤는 운에 맡겼습니다. 뭐 세상일이 다 그렇겠죠.

저는 유학원이 아니니까, 달콤한 말로 여러분을 현혹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솔직하게 저의 힘들었던 부분까지 얘기해 보았습니다. 지내는 순간순간 달콤한 순간보다는 쓰리고 외로운 순간이 더 많을거라는 걸. 저또한 아직도 멀었습니다. 하는 도중에도 이게 맞는건지 의심이 들 때가 수십번도 더 찾아올겁니다. 그 때마다 어떤 선택을 한다해도 다른 사람이 여러분을 비난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선택에 신중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 그걸로 괜찮은겁니다. 

유학이라고 공부에서만 배우라는 건 아니니까요. 여행도 많이 하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면 그게 다 피가되고 살이되는 참된 배움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부담을 가지되, 그 부담에 짓눌려 있진 말고 그 안에서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며 즐기시면 됩니다.  너무 말이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Posted by 댕댕.